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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인가 무지인가' 분노 부추긴 프리드먼의 결산 기자회견 [댄 김의 MLB 산책]
등록 : 2019.10.15
[스타뉴스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앤드루 프리드먼 LA 다저스 사장.  /AFPBBNews=뉴스1
앤드루 프리드먼 LA 다저스 사장.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43) 사장이 15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시즌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프리드먼 사장은 자신이 2~3일 내에 다저스와 재계약을 할 것 같다고(프리드먼의 현 계약은 이번 달로 만료된다) 밝혀 그가 이번에 다른 곳으로 떠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면서 프리드먼 사장은 올 시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오프시즌 계획을 밝히고 기자들의 여러 질문들에 답했다. 우선 그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거취에 대해 “솔직히 그런(로버츠 감독의 유임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온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이 팀은 올해 106승을 올렸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로버츠 감독)가 달성한 업적은 매우 크다. 지난 4년간 그가 이룬 것을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와 비교해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프리드먼 사장은 “우리의 포커스는 과연 어떻게 하면 10월에 11승(디비전시리즈부터 월드시리즈 우승까지)을 거둘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데이브(로버츠 감독)는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드먼 사장의 이 말 한 마디에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을 받는 다저스 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구단 역사상 최다 기록인 106승을 올린 다저스의 시즌이 지난 주 충격적인 디비전시리즈 패배로 뼈아프게 막을 내린 뒤 SNS에서는 로버츠 감독에 대한 비판과 성토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또 여러 언론에서도 로버츠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LA 타임스의 인기 칼럼 ‘다저스 더그아웃’을 연재하는 칼럼니스트 휴스턴 미첼은 이날자 칼럼에서 지난 주부터 독자들을 대상으로 로버츠 감독을 해임해야 할지를 묻는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2만여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에 대한 결과가 79.6% 대 20.4%의 압도적인 차로 해임에 찬성하는 쪽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일반 팬들이 느끼는 분노의 감정이 이 정도인데도 정작 인사권과 결정권을 쥔 다저스 사장이 “그런 질문이 나온다는 사실이 놀랍다”고까지 말한 것은 실제 현장의 팬심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어서 오히려 놀라운 정도다. 물론 책임자로서 자기 사람을 보호하려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고,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겠지만 그렇다고 대다수 팬들의 느낌을 대표하는 질문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듯 “놀랍다”는 반응부터 보인 것은 그가 뭔가 심각한 착각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일반 팬들이 느끼는 분노의 수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앤드루 프리드먼(왼쪽)사장과 데이브 로버츠(가운데) 감독.  /AFPBBNews=뉴스1
앤드루 프리드먼(왼쪽)사장과 데이브 로버츠(가운데) 감독. /AFPBBNews=뉴스1
프리드먼 사장은 또 '지난 3년간 플레이오프마다 로버츠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경기 운영이 되풀이됐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보다는 로버츠 감독의 전체적인 뛰어난 성적과 포스트시즌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한 언급을 되풀이했다. 물론 로버츠 감독의 정규시즌 성공과 함께 지난해 4년 재계약을 해 아직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은 감독을 지금 시점에서 경질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겠지만 지난 3년간 고통을 받은 다저스 팬들이 포스트시즌에 감독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를 리 없는 그가 질문의 핵심을 계속 피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날 프리드먼 사장의 발언 중 다저스 팬들의 힘을 빠지게 한 것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년 시즌 팀의 마무리는 켄리 잰슨이 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다저스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비록 “지금 당장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았고 잰슨이 내년에도 클로저라고 못을 박은 것이 아니라 “잰슨이 내년에도 클로저로 뛸 것 같다”고 돌려 말해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그 말을 풀이한다면 최소한 올 겨울 오프시즌엔 잰슨을 대체할 마무리투수를 영입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저스의 오프시즌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믿을 만한 마무리 영입이라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과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일단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것”이라면서 “하지만 난 그(잰슨)에게 분명히 베팅할 의사가 있다. 그가 내년에 보여줄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드먼은 또 다저스의 불펜을 월드시리즈 우승을 가져올 수 있는 유닛으로 믿는다고도 밝혔다. 그는 “1번부터 8번까지 불펜투수들이 다양한 매치업을 이끌어낼 수 있고 또 여러 선수가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 분명히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불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저스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  /AFPBBNews=뉴스1
다저스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 /AFPBBNews=뉴스1
그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커쇼가 5차전에 구원등판하도록 선발 로테이션을 셋업한 것(커쇼를 2차전에 배치하고 류현진을 3차전으로 돌린 것)이 문제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도 답변했다. 이미 전성기의 구위를 잃어버린 커쇼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짐을 지운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프리드먼 사장은 “커쇼가 3년 전의 커쇼가 아닌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올해 정말 뛰어난 투수였다”면서 “(커쇼의 5차전 불펜 등판 결정은) 그가 편하게 준비하고 웜업을 마친 뒤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되기를 원했던 것이고 커쇼만큼 혼신을 기울여 등판을 준비하는 선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내린 결정이다. 또 류현진이 불펜으로 등판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기에 커쇼를 2차전에 배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류현진은 2차전보다 이틀 뒤에 벌어진 3차전에 선발 등판하고도 5차전에서 필요하다면 불펜 등판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2차전에 등판했더라면 5차전 불펜 등판 결정은 훨씬 더 쉬웠을 것이다. 프리드먼의 설명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장면이다. 더구나 프리드먼은 다저스 불펜이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불펜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왜 절체절명의 5차전에서 굳이 선발투수를 불펜으로 등판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다저스가 플레이오프에 돌입할 때 월드시리즈를 우승하기에 충분한 재능을 지닌 팀이라고 믿었다는 프리드먼 사장은 그럼에도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팬들에게 해줄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가 대단히 화가 난 것을 안다”면서 “하지만 난 우리 팀만큼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온전히 집중하는 그룹을 본 적이 없다. 내가 경험한 최고의 팀이다. 물론 그것으론 부족했고 너무나 실망스럽고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지만 지금은 팀에 건설적인 일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열정적인 팬들을 위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LA에 안겨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인터뷰를 지켜본 뒤 가장 먼저 다가온 느낌은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공허함이었다. 물론 누구라도 이런 기자회견에서 질문마다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는 없다. 손에 들고 있는 패를 모두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해줄 수 있는 대답 자체가 분명치 않은 질문도 많다. 아무리 사장이고 단장이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고 모든 결정을 당장에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 /AFPBBNews=뉴스1
그럼에도 프리드먼 사장의 대답은 기본적으로 다저스의 방향이 내년에도 급격히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어 실망스럽다. 지난 7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한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난 7년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10월엔 실망스런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사실 지금부터는 다저스도 ‘가진 팀’답게 본격적으로 돈을 쓰기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오프시즌에 프리에이전트(FA)로 나설 휴스턴 애스트로스 초특급 에이스 게릿 콜을 무한 베팅에 나서더라도 무조건 붙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콜은 LA 턱밑에 위치한 뉴포트비치 출신으로 UCLA에 다녔고 아직도 뉴포트비치에 집이 있어 다저스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충분히 붙잡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프리드먼 사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9자리 숫자(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내준 적이 없다.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둔 콜은 2억 달러 이상 계약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다저스가 과연 본격적으로 영입전에 뛰어들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더군다나 가성비 위주로 볼 때 다저스에 뛰어난 선발자원이 풍부하게 넘치는 상황에서 과연 그런 파격적인 베팅을 할지 의심스럽다.

류현진과의 재계약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날 프리드먼은 류현진과 재계약을 하고 싶다고 밝혔고 그것은 류현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당연히 조건이다. 류현진이 아무리 다저스 잔류를 원한다고 해도 생애 마지막 FA 빅딜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계약에서 ‘친정팀 디스카운트’를 크게 해 줄 리는 만무하다.

올해 류현진의 성적과 보라스의 존재를 감안할 때 다른 곳에서 5년 이상, 1억 달러 이상의 오퍼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까지 프리드먼 사장의 행보를 보면 오퍼를 하더라도 보라스나 류현진이 생각하는 조건과는 동떨어진 오퍼를 제시할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느낌으론 큰 기대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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