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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마틴과 스트라이크 2개' 류현진 변화 이끈 두 가지 포인트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등록 : 2019.09.16
[스타뉴스 신화섭 기자]
류현진이 15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전 7회를 마친 뒤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류현진이 15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전 7회를 마친 뒤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한 턴을 쉰 류현진(32·LA 다저스)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궁금했고, 더욱이 사이영상 경쟁자인 제이콥 디그롬(31·뉴욕 메츠)과 선발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좋았다. 류현진은 15일(한국시간) 메츠와 원정 경기에서 7이닝을 2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비록 승리는 추가하지 못했지만, 앞서 4경기의 부진을 씻어내는 쾌투였다.

역시 7이닝 무실점한 디그롬과의 팽팽한 투수전도 일품이었다. 디그롬은 강속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상대를 요리했고, 류현진은 체인지업과 커터, 커브에 포심 패스트볼을 섞어 던졌다. 피안타는 류현진(2개)이 1개 적었지만, 탈삼진은 디그롬(8개)이 2개 더 많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다른 것은 투구수였다. 디그롬은 101개를 던진 반면, 류현진은 90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더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류현진의 부진이 계속되자 주변에서 여러 지적들이 쏟아졌다. 체력이 떨어졌다, 컨트롤이 흔들린다, 체인지업이 상대에게 읽히고 각도도 줄었다 등등 말들이 많았다. 이날 다시 호투한 이유에 대해서도 체력을 회복하고 이른바 ‘원 포인트 레슨’으로 무언가 교정을 한 덕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남은 경기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필자가 본 류현진의 투구는 앞서 부진할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특별히 구위가 나아졌다기보다는 공격적인 투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 투구수를 줄이고, 역으로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이 좋았다. 여기에는 포수의 역할이 큰 몫을 했고, 순간적인 행운도 곁들여졌다.

15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15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선수, 특히 투수에게는 경기 운이라는 게 있다. 공 하나에 경기 전체의 흐름이 확 바뀌곤 한다.

이날 1회 1사 후 J.D.데이비스 타석 때 볼카운트 2-2에서 류현진의 5구째 시속 80마일(약 129km) 체인지업이 바깥쪽으로 들어갔다. 구심의 판정은 스트라이크. 삼진을 당한 데이비스는 타석에 선 채 아쉬움을 표했다.

7회 1사 후 상대 4번타자 피트 알론소 타석 때도 마찬가지였다.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몸쪽 91마일(약 146km)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됐다. 알론소 역시 ‘이게 왜 스트라이크냐’는 표정으로 구심을 쳐다본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결정적일 때 구심이 공 하나를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느냐 아니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동안 류현진이 부진한 4경기 중 적어도 3경기에서는 공 하나의 판정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경우가 있었다.

2회 1사 후 윌슨 라모스의 타구도 류현진의 등을 맞은 뒤 다저스 1루수 맥스 먼시 앞으로 굴절돼 간발의 차이로 아웃이 됐다. 만일 공이 다른 쪽으로 튀어 라모스가 출루했다면, 곧이은 로빈슨 카노의 좌전 안타로 1사 1, 2루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이런 게 바로 그날 경기의 운이다.

1회 데이비스(왼쪽)와 7회 알론소 타석의 투구 분석. 두 타석 모두 삼진을 잡은 5구째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난 것으로 나온다. /사진=MLB.com 캡처
1회 데이비스(왼쪽)와 7회 알론소 타석의 투구 분석. 두 타석 모두 삼진을 잡은 5구째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난 것으로 나온다. /사진=MLB.com 캡처
어떤 포수와 호흡을 맞추느냐도 투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류현진은 최근 3경기 연속 윌 스미스(24)와 배터리를 이뤘으나, 이날은 러셀 마틴(36)이 선발 포수로 출장했다. 이것이 큰 차이를 낳았다고 본다.

스미스는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고 신인이다 보니 볼 배합에 약점이 있다. 때문에 류현진이 스미스에게 고개를 흔드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서 머리 쓰랴, 공 던지랴 하다 보니 피로도도 훨씬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베테랑 포수 마틴과는 볼 배합과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이었다. 상대 타자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거꾸로 공이 들어오니 허를 찔리고 혼란을 겪게 된다. 노리고 있던 체인지업이나 커터가 아니라 포심 패스트볼을 맞이하면 구속과 회전이 더 빨라지는 느낌이 들어 방망이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미국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류현진은 마틴과 19경기서 평균자책점 1.60, 피안타율 0.216, 스미스와는 5경기 평균자책점 5.81, 피안타율 0.306를 기록 중이다)

관심을 모았던 디그롬과 대결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끝났다. 그러나 류현진으로선 기나긴 부진의 늪에서 희망을 건져냈다는 점에서 어느 1승보다도 값진 무승부였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신화섭 기자 evermyth@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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